추석연휴 첫날인 토요일, 꽃무릇을 보러 남도에 가기로 했다.
꽃무릇은 매년 추석전후에 함평 용천사, 영광 불갑사, 고창 선운사 등 남녘의 절집에 피어나는데
추석의 민족대이동 때문에 시기를 맞춰 적기에 가기가 쉽지않다.
올해는 다행히 추석연휴가 길어 망설임없이 길을 나설수 있었다.
집에서 새벽6시에 출발하니 차도 밀리지 않고 널널한 고속도로를 따라 콧노래를 부르면서
남쪽으로 내려갔다. 선운사, 불갑사, 용천사 순인데 여기저깃 올라온 사진과 몇년동안
다녀본 경험을 종합해 볼때 오늘은 불갑사의 꽃무릇이 가장 볼만할것 같다.
아홉시 50분쯤 불갑사에 도착해보니 이른아침인데도 많은 사람들이 모여있다.
9. 22~24일 사이에 꽃무릇 축제가 열린단다.
축제장의 혼잡함을 피해 꽃무릇 군락으로 스며들었다.
불갑사의 꽃무릇은 새로만든 일주문과 절집사이, 절집우측의 호수 주변에 많이 피는데
호수주변은 이미 시기를 지나 시들고 있었다.
불갑사에서 호수를 거쳐 용천사까지 2시간 정도 걸리는데 승용차를 가지고가
차량회수를 생각하다보니 불갑사 호수까지만 다녀왔다.
12시 반까지 꽃무릇군락지를 돌아보고 불갑사를 나와 법성포에 도착하니 한시다.
반찬의 가짓수와 맛을 자랑하는 굴비한정식을 먹고 고창 공음의 학원농장에도 들렸는데
비도오고 메밀꽃도 시기를 조금 넘긴것 같다.
귀성차량 때문에 하행선은 많이 막히지만 상행선은 평일보다도 한산해
휘파람을 불면서 세시간만에 집으로 돌아왔다
꽃무릇 해설
꽃무릇은 백합목 수선화과의 여러해살이 풀 이다. 일본이나 중국에서 들여왔다고 하는데 확실하지는 않다.
보통 무리지어 자라는 꽃무릇은 9월 초순 뿌리에서 꽃대가 올라온다. 꽃은 백로(白露)무렵부터 피기 시작해
9월 말이면 절정을 이룬다. 우리나라에서는 함평 용천사, 영광 불갑사, 고창 선운사 등이 대표적인 꽃무릇 군락지다.
그 화려함에 감춰져 있지만 꽃무릇은 사실 가련한 꽃이다. 잎과 꽃이 한번도 만나지 못하고
그리움에 목이 메어야 하는 운명이기 때문이다.
진한 그리움이 묻어나기에 사람들은 꽃무릇을 상사화(相思花)라 부르기도 한다.
상사화에 얽힌 전설 또한 애틋하다. 먼 옛날 수행에 몰두하던 한 스님이 있었다.
이 스님은 어느날 불공을 드리러 온 속세의 여인에게 한 눈에 반해 버렸고
그 사랑에 시름시름 가슴앓이하다 결국 상사병으로 쓰러졌다.
그 자리에 핀 붉은 꽃이 상사화라고 전해져 온다. 하지만 꽃무릇과 상사화는 엄연히 다른 꽃이다.
꽃과 잎이 만나지 못하는 점은 같지만 꽃무릇의 수술이 더 길고 꽃이 피는 시기 또한 다르다.
상사화는 칠석 전후(양력 8월경)에 피고 꽃무릇은 추석을 전후해 백로와 추분 사이(양력 9월 초순~중순)에 핀다.
불가에선 꽃무릇을 '석산(石蒜)'이라고 부른다. 뿌리에 방부 효과가 있어 탱화를 그릴 때 찧어 바르면
좀이 슬지 않는다고 한다. 꽃무릇이 사찰 인근에 많은 이유다.
군락
호수주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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