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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꽃/봄

거제 동백섬 지심도 - 동백꽃 낙화 (09. 03. 28)

by 柔淡 2009. 3. 31.

동백꽃은 피어있을때는 예쁘지만 질때는 목을 그대로 꺽어 꽃송이 전체가 땅으로 떨어져 아름답기도 하지만 처연한 느낌이 든다.

 

이런 장면을 보면 이형기 시인의 낙화라는 시가 떠오른다

 

 낙 화

                              이 형 기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봄 한철

 격정을 인내한

 나의 사랑은 지고 있다.

                        

 분분한 낙화......

 결별이 이룩하는 축복에 싸여

 지금은 가야 할 때,

                        

 무성한 녹음과 그리고

 머지않아 열매 맺는

 가을을 향하여

                        

 나의 청춘은 꽃답게 죽는다.

                        

 헤어지자

 섬세한 손길을 흔들며

 하롱하롱 꽃잎이 지는 어느 날

                        

 나의 사랑, 나의 결별,

 샘터에 물 고이듯 성숙하는

 내 영혼의 슬픈 눈.

 

 

 

 

동백 신전 / 박진성

 

            
   동백은 봄의 중심으로 지면서 빛을 뿜어낸다 목이 잘리고
서도 꼿꼿하게 제 몸 함부로 버리지  않는 사랑이다  파르테
논도 동백꽃이다  낡은 육신으로 낡은  시간 버티면서  이천
오백 년 동안 제 몸 간직하고 있는 꽃이다 꽃이  아니고서야
어떻게 그 먼 데서부터 소식 전해오겠는가 붉은 혀 같은  동
백꽃잎 바닥에 떨어지면 하나쯤 주워  내 입에 넣고 싶다 내
몸 속 붉은 피에 불지르고 싶다 다 타버리고 나서도 어느 날
내가 遺蹟처럼 남아 이 자리에서 꽃 한 송이  밀어내면 그게
내 사랑이다  피 흘리면서 목숨  꺾여도 봄볕에  달아오르는
내 전 생애다 

 

 

 

♧ 동백冬柏꽃 - 유치환


그대 위하여

목 놓아 울던 청춘이 이 꽃 되어

천년 푸른 하늘 아래

소리 없이 피었나니


그날

한 장 종이로 꾸겨진 나의 젊은 죽음은

젊음으로 말미암은

마땅히 받을 벌이었기에


원통함이 설령 하늘만 하기로

그대 위하여선

다시도 다시도 아까울 리 없는

아아 나의 청춘의 이 피꽃 !

 

 

 

♧ 섬동백 - 양전형


천년을 펄펄 앓았네 섬곶 스산한 바람에 뿌리내려 일렁이는 바다처럼 그대 향해 무작정 치닫던 막사랑 힘겨워, 천년이 잦아들던 마지막 날

그리움을 자잘하게 부서트려 허공에다 산산이 뿌려두고 새천년으로 훌쩍 넘어 왔는데

첫 정월 첫 밤

하늘 가득 이 무슨 별들이며

저 바람목 섬동백

어쩌자고

온몸 가득 꽃무더긴가

아, 붉고 뜨거워라 묵은 천년의 내 막사랑, 잘도 쫓아와 마구 솟는구나 에라 모르겠다 그대!

더 붉게 피며 천년 더 달려가마 세상 안팎 어디에든 그대 있어 나는 유효하리니

 

 

 

 

♧ 지는 동백꽃을 보며 - 도종환


내가 다만 인정하기 주저하고 있을 뿐

내 인생도 꽃잎은 지고 열매 역시

시원치 않음을 나는 안다

담 밑에 개나리 환장하게 피는데

내 인생의 봄날은 이미 가고 있음을 안다

몸은 바쁘고 걸쳐놓은 가지 많았지만

어느 것 하나 제대로 거두어들인 것 없고

마음먹은 만큼 이 땅을

아름답게 하지도 못하였다

겨울바람 속에서 먼저 피었다는 걸

거억해 주는 것만으로도 고맙고

나를 앞질러가는 시간과 강물

뒤쫓아 오는 온갖 꽃의 새순들과

나뭇가지마다 용솟음치는 많은 꽃의 봉오리들로

오래오래 이 세상이 환해지기를 바랄 뿐이다

선연하게도 붉던 꽃잎 툭툭 지는 봄날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