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백꽃은 피어있을때는 예쁘지만 질때는 목을 그대로 꺽어 꽃송이 전체가 땅으로 떨어져 아름답기도 하지만 처연한 느낌이 든다.
이런 장면을 보면 이형기 시인의 낙화라는 시가 떠오른다
낙 화
이 형 기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봄 한철
격정을 인내한
나의 사랑은 지고 있다.
분분한 낙화......
결별이 이룩하는 축복에 싸여
지금은 가야 할 때,
무성한 녹음과 그리고
머지않아 열매 맺는
가을을 향하여
나의 청춘은 꽃답게 죽는다.
헤어지자
섬세한 손길을 흔들며
하롱하롱 꽃잎이 지는 어느 날
나의 사랑, 나의 결별,
샘터에 물 고이듯 성숙하는
내 영혼의 슬픈 눈.
동백 신전 / 박진성
동백은 봄의 중심으로 지면서 빛을 뿜어낸다 목이 잘리고
서도 꼿꼿하게 제 몸 함부로 버리지 않는 사랑이다 파르테
논도 동백꽃이다 낡은 육신으로 낡은 시간 버티면서 이천
오백 년 동안 제 몸 간직하고 있는 꽃이다 꽃이 아니고서야
어떻게 그 먼 데서부터 소식 전해오겠는가 붉은 혀 같은 동
백꽃잎 바닥에 떨어지면 하나쯤 주워 내 입에 넣고 싶다 내
몸 속 붉은 피에 불지르고 싶다 다 타버리고 나서도 어느 날
내가 遺蹟처럼 남아 이 자리에서 꽃 한 송이 밀어내면 그게
내 사랑이다 피 흘리면서 목숨 꺾여도 봄볕에 달아오르는
내 전 생애다
♧ 동백冬柏꽃 - 유치환
그대 위하여
목 놓아 울던 청춘이 이 꽃 되어
천년 푸른 하늘 아래
소리 없이 피었나니
그날
한 장 종이로 꾸겨진 나의 젊은 죽음은
젊음으로 말미암은
마땅히 받을 벌이었기에
원통함이 설령 하늘만 하기로
그대 위하여선
다시도 다시도 아까울 리 없는
아아 나의 청춘의 이 피꽃 !
♧ 섬동백 - 양전형
천년을 펄펄 앓았네 섬곶 스산한 바람에 뿌리내려 일렁이는 바다처럼 그대 향해 무작정 치닫던 막사랑 힘겨워, 천년이 잦아들던 마지막 날
그리움을 자잘하게 부서트려 허공에다 산산이 뿌려두고 새천년으로 훌쩍 넘어 왔는데
첫 정월 첫 밤
하늘 가득 이 무슨 별들이며
저 바람목 섬동백
어쩌자고
온몸 가득 꽃무더긴가
아, 붉고 뜨거워라 묵은 천년의 내 막사랑, 잘도 쫓아와 마구 솟는구나 에라 모르겠다 그대!
더 붉게 피며 천년 더 달려가마 세상 안팎 어디에든 그대 있어 나는 유효하리니
♧ 지는 동백꽃을 보며 - 도종환
내가 다만 인정하기 주저하고 있을 뿐
내 인생도 꽃잎은 지고 열매 역시
시원치 않음을 나는 안다
담 밑에 개나리 환장하게 피는데
내 인생의 봄날은 이미 가고 있음을 안다
몸은 바쁘고 걸쳐놓은 가지 많았지만
어느 것 하나 제대로 거두어들인 것 없고
마음먹은 만큼 이 땅을
아름답게 하지도 못하였다
겨울바람 속에서 먼저 피었다는 걸
거억해 주는 것만으로도 고맙고
나를 앞질러가는 시간과 강물
뒤쫓아 오는 온갖 꽃의 새순들과
나뭇가지마다 용솟음치는 많은 꽃의 봉오리들로
오래오래 이 세상이 환해지기를 바랄 뿐이다
선연하게도 붉던 꽃잎 툭툭 지는 봄날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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