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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저런 이야기

당신의 마이너스 대출통장 이율은 ?

by 柔淡 2009. 9. 4.

50대중반으로 30여년 직장생활을 한 직장인 입니다.

직장인 대부분이 마이너스 대출통장을 가지고 있는걸로 알고 있는데 마이너스 대출통장 고객에 대한 모 은행의 행태에

너무 화가나서 이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내가 월급을 온라인 통장으로 받기 시작한것은 1980년대 중반쯤인데 정확한 연도와 날짜는 기억을 못하고 있다.

그당시 서울에서 한나절이 걸리는 인제에서도 한참을 더들어가는 원통, 그중에서도 천도리라는 곳에 살고 있었는데

월급날이면 새색씨였던 옆지기가 유일하게 내 월급통장이 발급된 은행이 있는 속초에가서 돈을 찾아 천도리로 돌아오면

하루종일이 걸렸었다.

아마 그게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에서 대학원까지 졸업한 옆지기가 유일하게 한달에 한번 도회지의 바람을 쐬고온 날일것이다.

 

천도리에서 10개월동안 살다가 다음으로 이사간곳은 대전, 거기서는 월급을 찾으러 은행에 갈 필요도 없고 아파트단지와

내가 다니던 직장안에 바로 내월급이 들어오는 은행이 지점을 내고 있었다.

그 은행은 그당시에 전국적인 영업망이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은행이었으니 전출과 이사가 잦은 우리는 어쩔수 없이

그 은행을 이용해야만 했고 그당시에는 그 은행에서도 가장 좋은 대우를 해주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신혼때는 돈쓸일도 별로 없고 월급은 아주 작은 돈이었지만 둘이서 그런대로 살아갈만 했다.

그리고 은행에 다니면서 돈을 찾고, 살림살이를 장만하고 실질적인 생활을 꾸려나가는 역할은 대부분의 우리나라 가정이 그렇듯이

아내의 역할이었다.

1993년 아이가 둘이되고 지출의 규모가 커지자 아내는 우리도 마이너스 대출통장을 만들자고 나를 부추겼고 아무것도 모르는 나는

처음에는 반대하다가 알아서 하라고 승락하고 마이너스 대출통장을 개설했다  

 

인생을 살다보면 가끔 새로운 기회가 생기는법, 2004년에 25년정도 근무하던 직장을 떠나 과천으로  직장을 옮겼고 거기서 4년정도 생활하다

다시 2007년에는 일반적인 직장인이 정년으로 퇴직할때까지 근무할수 있는 직장으로 옮겨 완전히 터를 잡았고 세월이 지나고 경력이 쌓여감에 따라

급여수준도 예전보다는 많이 높아졌다. 

직장을 두번이나 옮길때마다 급여통장은 그통장을 그대로 사용했고 그렇게 저렇게 해서 그 은행을 거래한지 25년정도, 마이너스 대출통장을

만든지는 정확하게 16년 6개월이 지났으니 내가 생각해도 그동안 무척이나 충성도가 높은 고객이었다.

 

2004년에 아파트를 분양받아 입주할때는 분양하는 회사에서 일괄적으로 대출을 알선하기에 대출은 새로운 은행에서 받았지만

새로운 은행과의 거래는 오로지 대출이자를 내는것만 유지하는 그런 관계였다.

 

그런데....

2009년 9월 어느날이 내 마이너스 대출통장이 만기가 되었는데 원래의 은행에서 대출기한을 연장하려면 하루전에 연락이 와서 신분증을

가지고 가까운 지점에 가서 갱신을 하라고 한다. (그런걸 단 하루전에 알려주는 그런 은행이 어디있나?)

마침 내가 다니는 회사 앞에서 1주일전부터 점심시간에 각기 다른은행에서 파격적인 조건으로 마이너스통장을 만들어 준다는 팸플릿을

돌리고 있었다. 그 팸플릿에 적혀있는 조건에 따르면 나는 최소 6천만원에서 1억원의 마이너스 대출통장을 만들수가 있고 최저 5.5%까지

해준다는 것이었다. (나중에 문의해보니 5.5%는 30여년 직장생활을 해서 자신의 능력으로 오를수 있는 최고의 직위에 오른 사람들도 받기

어려운 그런 조건이었다.즉 대출금액이 몇천만원 이상이고 한달에 이자만 몇십만원,수시로 갚았다가 다시 대출받고...등등 )   

 

대출통장 만기 하루전날, 아침에 그 전화를 받고 어렵게 시간을 내서 찾아간 은행지점에서 용건을 설명하고 대출기간 연장을 하려다가

문득 다른 은행의 조건이 생각나 내 대출통장의 이율을 확인해보니 아뿔싸, 무려 12.36%.

그래서 대출기간 연장을 다시 한번 고민해 보기로 하고 이율이 왜이리 높냐? 낮춰줄 방법이 없느냐 하니까 그제서야 근로소득 원천징수

영수증을 가져오면 심사를 해서 이율을 변경해 준다고 한다. 그러면 왜 그런 안내를 안해주냐고 하니 그건 자기의 일이 아니라는 답변이다.

 

무척이나 소심한 A형인 나지만 그소리를 듣는순간 완전히 머리끝가지 열이 뻗쳤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그 창구의 담당 직원은

사실 그리 잘못이 없었다. 계좌를 개설한 지점에서 제대로 안내를 해줘야 하는데 그는 단지 대출연장 서류만 확인해주는 역할이니까.

 

다시 회사로 돌아와서 근로소득 원천징수 영수증을 출력해서 집살때 대부를 해준 은행에 전화를 걸었다. 그간의 사정을 이야기 하고

지금 마이너스 대출통장을 개설하면 이율이 얼마냐고 하니 최우량회사에서 근무하니 기본이 8.5%인데 급여이체에 아이들 장기주택

마련저축을 들어주면 8%까지 내려간단다.

 

그렇다면 나는 그동안 무심했던 죄값으로 쓸데없이 1년에 4.5%씩 이자를 더내고 마이너스 대출통장을 활용했다는것 아닌가?

(천만원에 4.5%면 1년에 45만원, 10년이면 450만원이다. 물론 늘 마이너스 천만원은 아니었지만....)

그런데 문제는 우리같은 평범한 소시민이 어찌 그런걸 일일히 챙기겠는가? 최소한 만기가 되었을때 갱신을 하려면 이런저런 서류가

필요하다고 알려주고 최대한 많은 정보를 제공해서 고객이 제대로 판단하게 알려줘야 하는것 아닌가?

25년을 이용해온 충성도 높은 고객에게 해준다는 짓거리가 고작 이런건가 생각하니 이만저만 화가나는게 아니다.

 

은행이 자기들이 필요할때는 온갖 미사여구를 동원해서 고객을 끌어모으고 일단 고객이 되면 봉으로 생각해서 정보를 제대로

알려주지 않고 자기들의 이익만 추구하는걸 보니 구역질이 난다.

더구나 대부분의 직장인들은 급여계좌에서 카드결제, 공과금이체, 보험 자동이체 등 다양한 이체를 하다보니 통장을 한번 바꾸면

변경해야할 일들이 너무 많다. 이번에 나도 그것때문에 조금 망설였지만 그 은행이 나에게 한 행동을 볼때 재고의 여지가 없었다.

 

어제 급여통장을 다른 은행으로 변경하고 카드결제, 보험료 이체, 아파트 관리비 이체 등 여기저기 전화를 걸어 대부분 처리하고

나니 그제서야 조금 기분이 풀리지만 지금까지 내가 잘 몰라서 높은이율로 추가로 냈던 액수를 생각하니 너무 배가 아프다.

 

그런데 며칠전 동기들 여덟명이 만나서 저녁을 먹으면서 내 경험을 이야기하고 그친구들은 어떤지 물어봤더니 그 친구들도

대부분 자신의 마이너스통장 대출이율이 얼마인지 알지 못하고 있었고 두명은 나와같은 경험이 있다는 이야기를 한다.

그날 우리는 술안주 삼아 그 은행의 그런 비열한 행태를 무한히 씹어댔다.

하지만 남는것은 25년을 거래하며 믿어온 은행에게 우롱당했다는 억울한 생각과 씁쓸한 마음뿐.  

IMF와 리먼브라더스 사태를를 지나면서 은행도 망할수 있다는걸 현실로 목격한 우리세대에 이런 얄팍한 윤리로 고객을 우롱하는

은행이 아직도 건재하고 있다는 사실이 경악스러울 뿐이다.

 

은행들이여. 충성스런 고객을 우롱하지 말라!  

 

직장인 여러분, 달콤한 미사여구에 속지 마시고 여러분이 가지고 계시는 급여계좌의 이율을 수시로 확인해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