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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저런 이야기

거제에서 안나님을 만나다 (06. 03. 30)

by 柔淡 2006. 4. 1.

거제 출장을 마치고 돌아오는길, 오후 늦게라도 사무실에 들어가야 할일이 있어서

바쁘게 차를 몰았다.

신거제대교를 건너기 직전 어디서 많이 눈에 익은 분이 길가를 지나가고 있었다.

얼핏 생각하니 동해안 최북단부터 걷기 시작해서 도보로 동서남해안을 일주중이신

안나님 아니신가? 

 

(안나님은 작년에도 해남 땅끝마을부터 고성 통일전망대까지 20여일만에 종주하시고

"내나이가 어때서" 란 책을 쓰신 올해 67세의 매력적인 할머님이시다.

교직에서 은퇴후 지리종주를 비롯한 산행, 히말라야 트래킹을 하시고 신문, 방송 등

매스컴에도 자주 출연하시며 멋진 노후를 보내고 계시는데 올해는 동서남해안 종주를

3월 1일부터 4개월 동안 계획하시고 지금은 거제도를 도보로 종주중이시다.

들꽃풍경에서 자주뵌 인연으로 알게된 분이다.)

 

차를 돌려 안나님을 만나 뵈어야 하는데 자동차 전용도로라 분리대가 설치되어 있어

돌릴수가 없다. 3km 정도 가니 지하통로가 나온다. 얼른 차를돌려 오던 방향으로

속도를 내어 달리니 저만큼 걸어가고 계신다. 그곳도 중앙분리대 때문에 세우지 못하고

한참을 더가니 또다시 지하통로, 다시 차를 돌려 걸어 오시는 방향으로 달려가

버스정류장에 차를 세우고 차에서 내리니 저만큼 걸어오시는데 안나님이 확실하다.

 

안나님도 너무 반가워 하시면 얼싸안아 주신다.

넓고도 좁은 대한민국! 이게 얼마나 큰 인연인가?

어디 마땅한 장소도 없어 길에서 그냥 사진을 찍고

한달정도를 걸으셨으니 이젠 몸에 익숙하신것 같다.

하루에 40km, 젊은 군인들도 힘들어 하는 거리다.

그래도 하시고 싶은 일을 하시니 아주 행복하신 표정이다.

길에 서서 10여분 대화를 나눈다.

점심이라도 드시자고 차로 모시려 했으나 한사코 사양하신다.

도보여행이니 차를 안타려고 하시는것 같다.

거제도에서 1주일 정도 계신다고 하는데 내일정이 바쁘지 않으면

하루정도 머물면서 같이 동행해드리고 싶은데 오후3시까지는

과천으로 돌아와야 하니 이렇게 난감한 일이....  

 

 

너무 서운한 마음에  가시는 뒷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서있었다.

3월 1일에 시작하셨으나 중간에 주례를 서실일이 있어 잠시 집에 다녀가시는

바람에 며칠을 허비하셔서 마음이 바쁘신 모양이다.  

 

 

 

안나님!

지금 남녘엔 비가 온다는데 편히 쉬고 계시는지 궁금하군요.

제 일정이 바빠 제대로 응원도 못해드렸습니다.

서해안 쪽에 오시면 어디쯤엔가 꼭 응원하러 가겠습니다.

처음 계획대로 몸건강히 무사히 완주하시길 마음속 깊히 기도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