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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광주·전라

[순천]세계 5대 연안습지중의 하나, 순천만

by 柔淡 2013. 9. 17.

순천만에는 겨울에 사진찍으러 몇번 와본적이 있는데 여름에는 처음이다.  

 

드넓은 갯벌에 갈대의 물결이 출렁이는 곳, 70만 평에 이르는 국내 최대 규모의 순천만 갈대밭 풍광은 가을이면 더욱 장관을 이룬다.

동천과 이사천이 합류해 바다와 만나는 순천만의 숨은 비경은 그동안 사진작가들의 단골 촬영지였지만 2006년 람사르 협약에 등록되면서

순천 제일의 명소로 떠올랐다. 람사르 협약이란 세계적으로 중요한 습지를 보호하기 위해 맺은 국제협약이다.

순천만은 미국 동부해안, 캐나다 동부연안지역, 남아메리카 아마존하구, 북해연안과 함께 세계 5대 습지로 꼽히는 곳이다.

순천만 여행은 대대포구에서 시작된다. 갈대밭에 들어서기 전 순천만자연생태공원 입구에는 자연생태관도 있어 순천만의 실상을 자세히 엿볼 수 있다.

자연생태관을 지나면 대밭 산책로의 관문인 포구 앞 무진교가 나오고 다리를 건너면 광활한 갈대밭이 펼쳐진다. 이곳은 특히 갈대와 어깨를 나란히 하며

늦가을의 낭만을 즐기려는 이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다. 갈대밭 사이로 난 나무데크 길(1.3km)을 걷는 재미도 쏠쏠하다. 바람에 몸을 맡긴 채 이리저리

고개를 숙이는 갈대들의 몸짓이 여행자들에게 수줍게 인사를 하는 것만 같다. 작은 바람에도 흔들리는 갈대의 모습에 왠지 모를 애틋함마저 느껴진다.

순천만의 갈대는 늦가을에서 초겨울로 넘어갈 때가 가장 예쁘다. 이 무렵 갈대에서 나온 흰색의 포자들이 눈처럼 날려 환상적인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여기에 안개까지 한몫 더한다. 갈대 끄트머리에 솜뭉치 같은 하얀 씨앗이 맺힐 즈음이면 순천만에는 물안개가 자주 피어오른다. 김승옥의 《무진기행》의

무대이기도 한 이유다. "무진에 명산물이 없는 게 아니다. 나는 그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다. 그것은 안개다. 아침에 잠자리에서 일어나서 밖으로 나오면,

밤사이에 진주해 온 적군들처럼 안개가 무진을 삥 둘러싸고 있는 것이었다." 소설 속 무대인 무진은 존재하지 않는 상상의 공간이지만 해 뜨기 직전 안개에

뒤덮인 대대포 갈대밭을 찾으면 그 의미를 절로 알게 될 것이다.

바람이 불 때마다 코끝으로 스미는 갈대숲 향기, '쏴아~'소리를 내는 갈대들의 외침, 간간히 끼룩대는 갈매기 소리. 이 모두가 자연의 맛이고 멋이다.

순천만의 풍경은 자연 그대로 족하다. 그냥 있는 그대로 보면 된다. 갈대도, 습지도, 새들도, 바다도, 사람까지도 그곳에서 모두 하나가 되어 한 폭의

수채화가 된다.

갈대숲길 끝은 순천만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용산전망대다. 이곳에서 용산전망대까지는 1km 정도다. 용이 승천하려다 순천만의 아름다움에 반해 엎드려

앉았다 하여 이름 붙은 용산은 야트막한 듯 보이지만 오르는 길이 제법 가파르다. 오르다보면 은근히 숨이 차고 어느새 이마에 땀이 송글송글 맺히지만

이곳에 오르면 사진으로만 보던 순천만의 풍광이 알몸 그대로 드러난다. 간드러지듯 S자형으로 굽어지는 물줄기는 에스라인의 여인처럼 매혹적이다.

물줄기를 사이에 두고 오른쪽에는 비누방울이 피어오르듯 동글동글한 갈대밭이 모여 있고 왼쪽으로는 두루미가 좋아한다는 칠면초가 붉은 카펫을

깔아놓은 듯 곱게 펼쳐져 있다. 부드럽게 이어지는 곡선미, 조화를 이룬 자연의 빛깔. 여기에 붉은 노을까지 가미하면 가히 환상적이다.

순천만 갈대밭에서는 매년 10월 하순경 날아와 이듬해 3월까지 머무는 천연기념물 흑두루미를 비롯해 검은머리갈매기, 황새 등 200여 종의 철새도

만날 수 있다. 주의 깊게 살펴보지 않으면 그냥 스쳐 지나가 버릴 것만 같은 작은 것들이 세상의 아름다움을 더한다.

순천만 갈대밭은 용산전망대에서 바라보는 풍광도 좋지만 순천만을 보다 가까이 맛보려면 탐사선(40분 소요)을 타보는 것도 좋다. S자 물길을 따라

가다보면 갈대밭 곳곳에서 쉬고 있는 철새를 볼 수 있고 갈대밭의 또 다른 모습을 엿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