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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광주·전라

[구례]내가 본 가장 멋진 한옥체험숙소, 쌍산재

by 柔淡 2015. 3. 19.

운조루와 오미 마을을 둘러보고 원래 예정에 없던 쌍산재라는 한옥으로 간다.

쌍산재는 마산면 사도리에 자리 잡았는데 여기를 못보고 갔으면 크게 후회할뻔 했다.

 

해주 오씨인 주인장의 6대조 할아버지가 처음 터를 잡은 뒤, 고조부가 집 안에 서당인 쌍산재를 지어 오늘에 이르는 한옥이다.

여러 차례 보수와 증축을 거친 탓에 고택의 자취는 미미하지만, 약 1만6500㎡가 넘는 집터에 살림채 여러 동, 별채와 서당채 등

부속 건물, 대숲, 잔디밭까지 자리한 가옥이다.

모든 건물이 숙소로 꾸며져 호젓하고 편안한 한옥 체험이 가능하다. 개별 화장실과 샤워 시설이 갖춰져 불편함도 없다.

그러나 3천평이 넘는 이 넓은 고택과 정원을 관리하기가 그리 쉽지는 않을것 같다. 

쌍산재로 들어서기 전에 눈길을 끄는 것은 당몰샘이다. 지리산에서 흘러내린 물이 모인 샘으로, 가뭄에도 마르지 않고 그 맛이 달기로

유명하다. 전국 1위 장수 마을인 원인이 이 물에 있다 하여 지금도 인근에서 수시로 물을 길러 온다.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영험한 샘 덕분에 쌍산재의 대문은 왼편 모퉁이로 물러나 있다.

 

 

당몰샘

쌍산재의 입구인 대문, 소박한 모양새다.

 

당몰샘 물맛을 보고 쌍산재의 아담한 대문 안으로 들어서면 안채와 사랑채가 마주 보고, 오른쪽에 무심한 듯 비켜 앉은 건너채가 있다.

목에 힘이 들어간 양반 가옥이 아니라 소박한 여염집의 분위기를 보여주는 이유가 특별하다. 벼슬에 뜻을 두지 않고 책을 가까이하며

 검소하게 살고자 한 선대의 가풍 때문이라는 주인의 설명이다.

대문에서 정면으로 바라보이는 것은 울창한 대숲 사이로 난 돌길이다. 한 발 한 발 돌을 디디며 처마가 멋들어진 별채와 아담한 정자인

호서정을 차례로 만난다. 최근에 새로 지었지만 대숲의 바람 소리와 어우러져 운치 있다.

대숲이 끝나면 아래쪽과는 또 다른 풍광이 펼쳐진다. 쌍산재의 보석과 같은 공간이 자리한 이곳에서는 두 번 감탄사를 터뜨리게 된다.

대숲이 끝나고 동백나무 터널을 지나면 첫 번째 감탄사가 나온다. 대숲의 깊은 그늘을 빠져나와 만나는 빛의 세상으로, 하늘과 잔디밭,

동백나무에 둘러싸인 서당채가 모습을 드러낸다.

 

두 번째 감탄사는 쌍산재 쪽문을 열어젖히는 순간에 터져 나온다. 쪽문 안으로 쌍산재와 나란히 자리한 저수지가 와락 안겨든다.

이곳에 저수지가 있으리라곤 전혀 생각을 못했는데 느닷없이 나타난 호수라니.... 


너른 옛집의 가장 높은 곳에 자리한 서당채는 집안의 자제들이 모여 글을 배우던 곳으로, 이 집의 주인도 서당채에서 천자문을 떼고

학교에 들어갔다고 한다.봄을 맞아 막 피어나가 시작한 매화, 산수유와 이미 절정을 지난 동백나무가 서로 미모를 자랑한다.

집안 아녀자들이 푸성귀를 심어 가꾸던 텃밭은 잔디밭으로 바뀌어 부모 따라 여행 온 아이들이 맘껏 뛰어놀고, 돗자리에 누워 밤하늘의

별을 보는 공간이 되었다. 

쌍산재의 모든 숙소는 아궁이에 불을 지필 수 있다. 보통은 보일러를 가동하지만, 손님들이 원할 경우 직접 아궁이에 불을 땔 수 있도록

준비해준다. 나뭇가지로 불을 피우고 고구마를 구워 먹으며 특별한 추억을 남겨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