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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꽃/가을

또 다시 물매화 (08. 10. 03)

by 柔淡 2008. 10. 6.

내 블로그에 자주 오시는 분들은 " 어, 또 물매화야? " 하실것 같다.

 

올들어 벌써 세번째 물매화를 보러 강원도와 충청북도를 헤집고 다녔으니 말이다.

물매화는 그만큼 내게 의미가 있는 야생화다.

2001년 10월 3일 지리산 노고단에서 처음으로 물매화를 보고 야생화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여러가지 인생의 고비가 있게 마련이지만 99년부터 2001년까지 3년간 시간은

내게 인생과 인간관계, 공직사회 (군대를 포함한)에 대해 진지한 성찰을 해보는 기간이었다.

나름대로 열심히 앞만 바라보고 달려온 20여년의 군생활을 빨리 그만두어야 하겠다고

마음먹은 기간이기도 했다.

그당시엔 마음속으로  나 자신에 대한 연민과 타인에 대한 분노가 항상 가득했고 옆지기의 위로나

한잔 술로도 치유가 되지않아 이리저리 방황을 하고 있었는데 유일한 탈출구가 산으로 올라가는 것이었다.

마음속으로 가득했던 분노의 감정이 산으로 올라가며 숨이 턱턱막히는 육체적 고통을 겪고나면

조금씩 가라앉아 가는것을 스스로 느낄수 있었고 산은 나의 모든 허물을 감싸주고 또 모든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도록 이끌어 주었다.

 

그러다가 지리산 노고단에서 처음으로 눈에뜨인 물매화는 자연에 대해 관심을 갖는계기가 되었고

만 7년이 지난 지금까지 매주 자연과 야생화를 만나러 떠날수 있도록 나를 성장시켜주고 매사를

긍정적으로 대하게 만들어준 것이다.

지금이야 옆지기와 그시절을 회상하면서 웃고 이야기 할수 있지만 그당시 나는 시한폭탄 같은

삶을 살고 있었다.

 

야생화 하나에 너무 많은 의미를 부여하는것 같아 이만 각설하고

 

어쨋든 물매화 너는 너무 예쁘니까 모든게 용서가 된다.

그중에서도 "립스틱 곱게 바르고" 나를 기다리고 있었으니 이제 저물어가는 너의 모습도

올해는 더이상 못보겠구나. 올해는 너무 늦게와서 미안하구나

  

내년에도 네가 가장 아름다운 모습으로 피어날때 너를 만나러 먼길을 시기에 맞춰 달려올께

 

 

 

 

  

 

 

얘들아, 비록 립스틱을 바르고 기다리는 성의는 없지만 그래도 너희는 예쁘단다.

내년에는 꼭 "립스틱 짙게 바르고" 기다려줄수 없겠니?

 

 

 

 

 

 

 

 

 

 

 

 

 

 

 

 

 

 

 

 

 

 

 

 

 

 

 

 

 

 

 

 

 

 

 

 

 

 

 

 

 

 

 

 그리고 너희들과 같은시기, 같은장소에서 피어나는이 친구들도 꼭 같이 데려오렴

구절초

 자주쓴풀

 

 나도송이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