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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강원

천혜의 원시림 - 곰배령 가는길 (09. 08. 08)

by 柔淡 2009. 8. 14.

지난주말에 다녀왔는데 바쁘다 보니 이제서야 글을 올립니다.

 

그동안 산행을 힘들어 하는 데이지와 여행위주로 매주말마다 여기저기 다니다 보니 오랫만에 꽃향기님들과 함께 했습니다.

꽃향기에서 처음으로하는 무박2일 야생화탐사, 그것도 27인승 우등버스로 하는 럭셔리 탐사였습니다.

서울역에서 밤 11시반에 버스를타고 잠실 종합운동장에 들렀다가 경춘고속도로를 향해 달리는 차창밖에는

장맛비가 부슬부슬 내리고 있었습니다.

 

가평휴게소에서 잠시 쉬었다가 홍천에서 몇분을 더태우고 진동리에 도착한것은 새벽 세시반,

회원님 부부가 밤새워 준비해 오신 육개장으로 아침을 해결하고 산행준비를 했습니다.

산행을 시작하기전 먹었던 육개장은 왜그리 맛있고 든든한지....

 

랜턴을 키고 줄지어 오르는 곰배령, 3년만에 다시와보는 곳입니다.

2002년부터 열번, 어떤해는 1년에 서너번도 왔었던곳인데 갑자기 통제를 하는 바람에

그리움이 남았던 산이기도 했었습니다.

그곳이 올해부터 다시 통행이 일부 해제되어 사전 신청한 사람들에게 하루에 150명에 한해서 입산을 해제한다니

무척이나 반가운 일이었습니다.

 

새벽 네시부터 여섯시까지 두시간 동안 쉬엄 쉬엄 올라가서 새벽 안개속에 몇년만에 만나 곰배령 정상을 담아봅니다. 

 

 알록달록 야생화가 많이 피었지만 2002년 제가 처음 곰배령에 왔을때 보다는 많이 망가진 모습입니다.

그동안 사람들 출입을 강력히 통제했는데 왜그렇까 하고 자세히 살펴보니 곳곳에 멧돼지가 파헤친 흔적입니다.

아마 사람이 통제되는 동안 멧돼지가 주인 노릇을 하며 밭갈고 씨뿌린 모양입니다.

멧돼지의 흔적은 곰배령을 오르내리는 내내 길 좌우측의 숲은 완전히 갈아엎은 모습으로 다가왔습니다.

 일부회원님들은 더 높은산을 향해 올라가시고 10여명의 회원들만 남아서 곰배령 야생화에 대해서 파고듭니다.

그러나 이미 망가진 야생화의 낙원은 그리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는 못합니다.

게다가 날씨까지 흐려 몇몇 미모의 야생화를 발견했지만 제대로 찍어줄수가 없었습니다.

 하루종일 흐린날씨에 간간히 파란하늘이 나타나기도 했지만 안개와 구름은 여전히 나를 싸고돕니다.

 

 

 

 우리말고도 다른 분들도 많이 오셔서 곰배령을 둘러보고 가십니다.

 여섯시부터 10시반까지 네시간정도를 곰배령에서 머무르다가 10시반부터 하산을 시작합니다.

전에는 산에가면 반드시 정상에 올라야만 하는것으로 생각했는데 나이가 들어갈수록 그런생각이 없어지더군요.

그런데 나중에 다른분들 사진으로보니 정상에 멋진풍경이 펼쳐져 있어 안올라간게 조금 후회가 되기도 하네요.

 

새벽에 오르느라 미처 제대로 보지못한 숲길과 계곡을 봅니다.

 

 연일 계속된 장마로 인해 게곡엔 물이 넘치고 나무도 무척 푸르릅니다.

 

 

 

 강선리 계곡의 폭포는 여전히 위용을 자랑하고 있고

 

 

 

 

 

 

 계곡에 맑은물이 넘쳐납니다.

 이젠 곰배령에 대한 꿈과 환상을 접으려고 합니다.

여전히 아름답긴 하지만 7~8년전 내가 처음보고 야생화의 천국이라 생각했던 그런 모습은 아니었습니다.

야생화의 천국이었던 곰배령, 앞으로 제게 그저 평범한 산중의 하나로 다가오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