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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꽃/가을

또다른 꽃무릇, 해남 대흥사 (09. 09. 12)

by 柔淡 2009. 9. 22.

여행블로거 팸투어로 해남 대흥사를 찾았을때 먼저 눈에 띈것은 빨간색 꽃무릇이었다.

꽃무릇은 함평 용천사, 영광 불갑사, 고창선운사 등에 주로 군락으로 피어나지만 그밖에 선암사, 대흥사 등 남도의 절집에도 피어난다.

 

꽃무릇은 수선화과의 여러해살이 풀이다. 꽃이 무리지어 핀다고 붙은 이름이다. 석산화라고도 불린다. 초록의 꽃대와 붉은 꽃이 무리지어 피는 모습이

단아하게 차려 입은 여인네 자태만큼 곱다.

꽃무릇은 여느 꽃과 달리 잎과 꽃이 따로 핀다. 6~7월에 잎이 지고 가을이 되어야 꽃이 핀다. 이러니 잎과 꽃이 함께 피는 때가 없다. 서로 평생 볼 일이

없는 것이다. 이런 모습은 그리움의 상징으로 여겨졌다. 그래서 사람들은 꽃무릇을 흔히 상사화(相思花)로 부르기 시작했다. 애틋한 운명에 버금가는

전설도 전한다.

옛날 한 스님이 속세의 여인을 사랑했는데 이를 표현하지 못한 나머지 안타까운 마음을 담아 절 앞마당에 꽃 한송이 심었단다. 두 사람의 사랑을 말해주듯

이 꽃이 잎과 꽃이 교차하며 피고지기를 반복했단다. 거꾸로 전하기도 한다. 스님을 사랑한 여인이 끝내 사랑을 이루지 못하고 세상을 떴는데 그 자리에

꽃무릇이 피었단다. 꽃무릇이 '이루지 못한 사랑'의 의미를 간직한 것도 이 때문이다.

꽃무릇이 유독 사찰 주변에 많은 데는 이유가 있다. 뿌리를 빻아 탱화의 소재로 썼기 때문이다. 이러면 탱화에 곰팡이가 생기지 않고 부식도 예방할 수

있단다. 또 30~50cm 크기로 자라는 꽃대가 아주 곧고 여기에 꽃이 피는 모습이 해탈의 이미지와 닮아 사찰 주변에 많이 심었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