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는 정호승 시인의 연꽃구경이라는 시다
연꽃 구경 - 정호승
연꽃이 피면
달도 별도 새도 연꽃 구경을 왔다가
그만 자기들도 연꽃이 되어
활짝 피어나는데
유독 연꽃 구경을 온 사람들만이
연꽃이 되지 못하고
비빔밥을 먹거나 담배를 피우거나
받아야 할 돈을 생각한다.
연꽃처럼 살아보자고
아무리 사는게 더럽더라도
연꽃 같은 마음으로 살아보자고
죽고 사는게 연꽃 같은 것이라고
해마다 벼르고 별러
부지런히 연꽃 구경을 온 사람들인데도
끝내 연꽃이 되지 못하고
오히려 연꽃들이 사람 구경을 한다.
해가 질 때 쯤이면
연꽃들이 오히려
사람이 되어보기도 한다
가장 더러운 사람이 되어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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