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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서울·경기·인천

[포천]한겨울에 찾아본 추노와 선덕여왕 촬영지 비둘기낭 폭포

by 柔淡 2011. 1. 11.

둘째와 그친구들은 밤새도록 놀고 새벽 세시에 방으로 들어왔다.

나는 아침 여서시에 일어나 사우나에 갔다가 다시 산정호수와 명성산자락 구석구석과 자인사를 돌아보고

콘도로 돌아왔는데 이녀석들은 그렇게 놀고는 아침 열시쯤 일어나 아침밥을 먹는다.

큰 아이도 아직 대학생인데 요즈음 젊은 아이들은 밤에는 놀고 낮에는 자는게 일반적인 생활 패턴인

모양이다. 내가 집에서도 몇번 잔소리를 해댔더니 데이지가 요즈음 애들은 다 그런다고 내 입막음을 한다.

 

어쨌든 12시에 콘도에서 나와 친구녀석들은 차비를 줘서 서울로 보내고 나와 데이지는 둘째가 귀대하는

저녁 일곱시 까지는 꼼짝없이 아이와 함께 있어야 했다.

할수없이 근처에 갈만한곳을 찾아보니 봄부터 가을까지는 포천일대에 갈곳이 너무 많더니 겨울에는

정말 마땅하게 갈곳이 없었다. 포천관광지도를 찾아보니 비둘기낭이라는 네글자가 눈에 확띈다.

그래 바로 저기야, 스마트폰으로 검색을 해보니 다양한 포스팅들이 눈에 띈다.

내가 비둘기낭에 대해서 들어본지는 3~4년쯤 되었는데 이제 거길 직접 찾아가 보는것이다.

다만 한여름에 와야 그비경을 제대로 볼수 있다는데 한겨울이란게 마음에 걸린다.

한화콘도에서 거리도 가깝다. 운천에서 철원가는길에서 좌회전해서 5km정도만 들어가면 되는것 같다.

눈이 조금 쌓여서 걱정했지만 큰길은 다 녹아서 큰문제가 없다.

 

대회산리 비둘기낭 폭포 안내비석이 서있는 가겟집에 여쭤보니 아주 친절하게 알려주신다.

거기서부터 준이 약간 쌓여 있는데 조심스럽게 차를 몰고 폭포 바로위 공터까지 간다.

 

비둘기낭 (서울신문 인용  http://www.seoul.co.kr/news/newsView.php?id=20100408016001)

 

비둘기낭이라. 이름이 독특하다. 오래되고 길이가 긴 폭포일수록 신선이나 선녀·용·봉황 등 실존하지 않는

이상 세계와 연관되거나, 금·은 등 값지고 귀한 것들을 주로 이름에 쓰지 않던가. 그에 견줘 보면 적잖이 이례적이다   

비둘기낭 마을 주민들에게 들은 이름의 유래는 다소 실망스럽다. 입이라도 맞춘 듯, 하나같이 “왜정 때 비둘기들이

많이 서식했기 때문”이란다. 그럼 ‘낭’은? 낭떠러지의 줄임말이다. 풀어 쓰면 ‘비둘기들이 집단 서식한 낭떠러지’쯤 되겠다.

비둘기낭까지는 논 가장자리 길을 따라간다. 오른쪽은 모내기를 앞둔 논, 왼쪽은 울창한 숲이다. 그 사이로 폭 1m 남짓한

개울이 흐른다. 초봄 갈수기에 말라깽이 칠십할머니 젖가슴만도 못하게 바짝 말라 있다. 주민들은 도무지 뭔가 있을 것

같지 않은 개울 너머에 기이한 경치가 숨어 있다고 했다.

100여m 진흙탕길을 걸어 내려가면 왼쪽에서 물소리가 들린다. 그리고 곧 들이닥치는 비둘기낭의 자태. 평지라고 생각했던

논둑길 아래로 커다란 폭포와 주상절리 지대가 펼쳐진다. 가슴이 두방망이칠 만큼 빼어난 풍경이다

 

현무암 절벽을 에둘러 돌아 내려가면 의외로 거대한 비둘기낭의 규모에 입이 ‘쩍’ 벌어진다. 10m 남짓한 폭포를 사이에 두고

왼쪽은 주름잡힌 현무암이 병풍처럼 둘러쳐졌고, 오른쪽은 천장이 무너져 동굴이 됐다. 마른 폭포 아래 연못은 진초록으로

빛나고, 이끼 낀 검은 현무암 협곡 사이로는 맑은 물이 흐른다. 물줄기의 끝자락은 한탄강에 닿는다. 협곡에서 바라보는

한탄강의 모습도 여간 경이롭지 않다.

눈을 돌려 동굴 위를 보시라. 육각형 분필처럼 잘라진 주상절리들로 빼곡하다. 크기도, 모양도 제각각이다. 천장에서는 또

하나의 폭포가 쉬임 없이 바닥을 두들기고 있다. 깊은 산도, 너른 바다도 아닌 평범한 논둑길 아래에서 벌어지고 있는 풍경이다.

영험한 기운마저 감도는 동굴 한편엔 벌써 발빠른 무속인들이 다녀간 치성(致誠)의 흔적이 보인다. 연인들이 영원한 사랑을

기원하며 적어 놓은 글귀도 눈에 띈다. 이처럼 기이하고 아름다운 세계에 낙서로 분탕질을 해놓은 그들의 욕심이 원망스럽다.

한 걸음 뒤로 나가 전체를 보면 날개를 편 흑비둘기를 닮았다는 생각이 든다. 빼곡히 들어찬 주상절리들은 꼭 깃털처럼 생겼다.

이만한 풍경이라면 ‘인디애나 존스’류의 모험영화 촬영지로도 모자람이 없겠다. 실제 국내 TV드라마의 촬영장소로 쓰이기도 했다.

‘선덕여왕’에서는 천명공주(박예진)가 독화살을 맞고 죽었고, ‘추노’에서는 송태하(오지호)가 추노꾼에 부상당한 김혜원(이다해)을

치료했다. 죽음과 고통 등 주로 삶의 어두운 부분이 그려진 공간인 셈.

비둘기낭 자신의 미래도 그리 밝지 않다. 포천시청 관계자에 따르면 2012년 완공되는 한탄강댐 조성계획 단계부터 비둘기낭은

홍수지에 포함됐다. 이 관계자는 “서울 한강 둔치처럼 장마철에 많은 비가 올 때나 어쩌다 물에 잠기게 될 것”이라고 안심시켰다.

믿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다. 하지만 인간의 손에 맡겨진 자연이 온전하게 보전된 경우가 과연 있었나.

 

 비둘기낭 바로위의 주차장. 차량 대여섯대를 주차시킬수 있다.

 7~80m의 절벽을 소로를 따라 조심스럽게 내려간다. 눈이 쌓여 있어서 조금 미끄럽다. 철문이 달려있다.

 위에서 내려다본 비둘기낭. 갈수기인데다 겨울이라 수량이 많이 줄어있다.

 비둘기낭 앞에서 한탄강쪽으로 물이흘러내려가는 방향

 제주도에서본 화산활동의 주상절리가 여기에도 있다.

 

 

 

 한겨울임에도 돌틈으로 흘러내려오는 물줄기는 얼지않고 힘차다.

 조심스럽게 절벽길을 따라 나가본다. 한탄강 본류인지 지류인지와 연결된다.

 

 

 

 윗부분에 아까 들어왔던 녹색철문이 보인다.

 다시비둘기낭 앞에 서본다.

 무속인들이 피워놓은 촛불이 아직도 타고있다.

 수량이 너무 줄어들었는데 신기하게도 얼지 않았다.

 물의 비취색이 참 곱다.

 

 

 

 2012년 한탄강 군남댐이 완공되면 홍수기에는 물에 잠길수도 있다니 보존을 잘 해야할것 같다.

 

이번에는 우연찮게 기회가 되어 엉겁결에 왔지만 여름에 일부러 시간을 내어 꼭 다시 와보고 싶은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