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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서울·경기·인천

[종로]우리조상들의 여유로운 마음, 경복궁 교태전 감나무에 남은 까치밥

by 柔淡 2012. 11. 29.

11월 18일, 일요일 오전9시부터 창덕궁, 창경궁을 돌아보다 보니 어느덧 한시간 넘었다.

하룻만에 서울에 있는 4대궁궐을 다 둘러보려고 통합관람권까지 구매하고 부지런히 다녔는데 오후에는 경복궁과

덕수궁을 둘러보려는 것이다. 경복궁 근처 식당에서 늦은 점심을 먹고 경복궁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경복궁에 들어가 보니 경복궁의 단풍은 이미 다 져버리고 보이지 않는다. 같은 서울의 가까운 거리에 있는

궁궐인데도 창덕궁, 창경궁과는 많은 차이가 나는것이다.

 

그런데 아주 인상적인 장면 하나를 발견하고 열심히 찍어 보았다. 그건 바로 까치밥!

 

새전북신문 권영동의 칼럼에서 일부 인용

텅 빈 가을 하늘의 여백에 오롯이 빨간 방점 하나를 찍으며 까치밥이라는 이름으로 나무 꼭대기에 매달려 있는 감

두어 개는 가을 정취의 대명사 중 하나이다. 긴 장대 끝에서 늦가을을 정리하며 잎사귀조차 떨어져 허전해진 회색

감나무의 쓸쓸함에 빨강색 여유로움이 시간의 아쉬움을 달래준다. 까치밥은 까치 따위의 날짐승들이 와서 먹으라고

다 따지 않고 몇 개 남겨 두는 감이다.

긴 겨울을 날 차비를 하는 새들에게도 먹거리를 나누고자 했던 우리 선조들의 속 깊은 배려이다.

회색 빛 가을 하늘과 보색이 되는 빠알간 감 색은 멀리서도 새 들의 눈에 잘 띄는 묘한 조화이다. 더욱이 나무 꼭대기에

매달려있는 감은 하늘을 날아다니는 날짐승들이 발견해 내기 쉬운 위치에 자리잡고 있다. 단지 감 몇 개를 내어주는

적선이 아니라 이왕에 주는 거 눈에 잘 뜨이는 보색과 위치까지 고려한 완벽한 고객만족 서비스를 해 주고 있는 것이다. 

 

생전에 펄벅 여사가 한국을 방문하여 경주를 방문 하던 길에 까치밥 감을 보고 “ 따기 힘들어서 그냥 둔 거냐?”고 물었다.

 “겨울을 나는 새들을 위해 남겨 둔 까치밥” 이라는 설명에 그 녀는 탄성을 질렀다. “ 바로 이것이야. 내가 한국에 와서 본

고적이나 왕릉보다 한국에 잘 왔다고 생각하게 한 것이 이것 하나만으로도 충분 해”
세계적인 대 작가의 눈에 비친 까치밥은 가장 한국적인 풍광이요, 한국인들의 지혜와 배려 그리고 넉넉한 여유로움이 담겨

있는 훌륭한 작품이었을 것이다.

풍성하게 남아있는 경복궁 교태전 감나무의 까치밥. 연속으로 찍어봤다. 

 

 

 까치밥’이라는 것인데 원래는 효성이 지극하여 늙은 부모새를 죽을 때까지 보살핀다는 까마귀를 위한 것이었고,
그래서 일부지방에선 아직도 ‘까막밥’이라고도 한다.
아마도 까치가 사람 동네에서 살며 친숙해진 길조여서 바뀐 것이 아닌가 싶은데 까치밥이든 까막밥이든 그것은 이제 본격적으로 겨울이 시작되면
먹을 것 구하기가 쉽지 않을 날짐승들을 위한 최소한의 배려였다.
짐승들을 위해 가을걷이가 끝난 벌판에 이삭을 다 줍지 않고 내버려두는 것과 같은 마음이다.

 

 

 

  

 송수권 시인의 까치밥 전문

 

고향이 고향인 줄도 모르면서
긴 장대 휘둘러 까치밥 따는
서울 조카아이들이여
그 까치밥 따지 말라


남도의 빈 겨울 하늘만 남으면
우리 마음 얼마나 허전할까
살아온 이 세상 어느 물굽이
소용돌이치고 휩쓸려 배 주릴 때도
공중을 오가는 날짐승에게 길을 내어주는
그것은 따뜻한 등불이었으니
철없는 조카아이들이여
그 까치밥 따지 말라


사랑방 말쿠지에 짚신 몇 죽 걸어놓고
할아버지는 무덤 속을 걸어가시지 않았느냐
그 짚신 더러는 외로운 길손의 길보시가 되고
한밤중 동네 개 컹컹 짖어 그 짚신 짊어지고
아버지는 다시 새벽 두만강 국경을 넘기도 하였느니
아이들아, 수많은 기다림의 세월
그러니 서러워하지도 말아라
눈 속에 익은 까치밥 몇 개가
겨울 하늘에 떠서
아직도 너희들이 가야 할 머나먼 길
이렇게 등 따숩게 비춰주고 있지 않으냐.

 

 

 

 

 

 

 

 

 

 

 

 

 

 

 

 

 

 

 또다른 감나무는 아직 감을 따지 않은것 같다.

 

 

 

 

 

파란 하늘과 주황색 감나무의 조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