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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꽃/봄

[울산]붉게 피어나는 대왕암 공원의 동백

by 柔淡 2013. 3. 20.

대왕암 공원의 상징인 송림도 멋있지만 3월초라 이시기에 피어나는 동백도 아름답다.

 

작년 연말부터 제주, 부산, 진도 등 남도를 몇번에 걸쳐 여행했는데 지난 겨울의 혹한으로

동백꽃 봉오리가 대부분 얼어있어 동백으리 아름다움을 제대로 볼수 없었다.

 

그런데 이곳 대왕암 공원의 산책로에 들어서니 키큰 동백나무가 산책로 좌우에 늘어서 있고

따뜻한 봄날씨에 활짝 피어나고 있었다. 이곳의 동백나무는 인공으로 심어서인지

유난히 키가 크다.

 

중간쯤 가보니 어떤이가 모아 놨는지 떨어진 동백꽃이 한곳에 수북히 쌓여있다.

몇년전 3월, 거제 지심도에서 본 동백꽃의 낙화보다는 못하지만 이런 동백꽃의 낙화를

볼때마다 이형기 시인의 "낙화" 란 시가 떠오른다.

 

피어있는 꽃보다 떨어진 꽃이 아름다운게 동백꽃인것 같다.

동백꽃 나무에서 시들어 떨어지지 않고 시인의 말을 빌자면

가장 예쁘게 피어난 절정에 나무에서 그대로 목을 꺽어 처연하게 떨어진다.

 

 

 

 낙 화

                              이 형 기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봄 한철

 격정을 인내한

 나의 사랑은 지고 있다.

                        

 분분한 낙화......

 결별이 이룩하는 축복에 싸여

 지금은 가야 할 때,

                        

 무성한 녹음과 그리고

 머지않아 열매 맺는

 가을을 향하여

                        

 나의 청춘은 꽃답게 죽는다.

                        

 헤어지자

 섬세한 손길을 흔들며

 하롱하롱 꽃잎이 지는 어느 날

                        

 나의 사랑, 나의 결별,

 샘터에 물 고이듯 성숙하는

 내 영혼의 슬픈 눈.

 

 

대왕암 공원 입구에서 울기등대로 가는  산책로

 

 

남천 열매

 

 

 

드디어 동백꽃

 

 

11월에 꽃을 피우는 털머위 열매

 

3월 2일 이엇는데 개나리도 움을 틔운다.

팔손이 나무

 

 

 

 

 

 

 

 

  또 다른 동백꽃 시 한수

♧ 지는 동백꽃을 보며 - 도종환


내가 다만 인정하기 주저하고 있을 뿐

내 인생도 꽃잎은 지고 열매 역시

시원치 않음을 나는 안다

담 밑에 개나리 환장하게 피는데

내 인생의 봄날은 이미 가고 있음을 안다

몸은 바쁘고 걸쳐놓은 가지 많았지만

어느 것 하나 제대로 거두어들인 것 없고

마음먹은 만큼 이 땅을

아름답게 하지도 못하였다

겨울바람 속에서 먼저 피었다는 걸

거억해 주는 것만으로도 고맙고

나를 앞질러가는 시간과 강물

뒤쫓아 오는 온갖 꽃의 새순들과

나뭇가지마다 용솟음치는 많은 꽃의 봉오리들로

오래오래 이 세상이 환해지기를 바랄 뿐이다

선연하게도 붉던 꽃잎 툭툭 지는 봄날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