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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강원

[강릉]경포대 홍장암, 박신과 홍장의 사랑이야기

by 柔淡 2014. 10. 26.

허균, 허난설헌 공원에서 놀다가 반대쪽 경포대 누각 아래로 차를 타고 간다.

여기에도 처음 보는 박신과 홍장의 사랑이야기라는 작은 동상들이 아기자기하게 서있다.

 

동인시화(東人詩話), "혜숙(惠肅) 박신(朴信:1362-1444)이 젊어서부터 명망이 있었다. 강원도 안렴사(按廉使)로 있으면서

강릉 기생 홍장(紅粧)을 사랑하여 애정이 매우 깊었다. 임기가 차서 돌아갈 참인데, 부윤이었던 석간 조운흘(趙云仡:1332-1404)

홍장이 벌써 죽었다고 거짓으로 고하였다.

박은 슬피 생각하며 스스로 견디지 못하였다. ()에 경포대가 있는데 형승이 관동에서 첫째이다. 부윤이 안렴사를 맞이하여 뱃놀이

하면서, 몰래 홍장에게 화장을 곱게 하고 고운 옷을 입게 하였다. 별도로 배 한 척을 준비하고, 늙은 관인(官人)으로서 수염과 눈썹이

희고, 모습이 처용(處容)과 같은 자를 골라 의관을 정중하게 하여, 홍장과 함께 배에 실었다. 또 채색 액자(額子)에다, '신라 적 늙은

안상(安詳)이 천 년 전 풍류를 아직 못 잊어, 사신이 경포에 놀이한다는 말 듣고, 꽃다운 배에 다시 홍장을 태웠노라.'라는, 시를 적어

걸었다.

노를 천천히 저으며 포구에 들어와서 물가를 배회하는데, 거문고 소리와 피리소리가 맑고 또렷하여 공중에서 나는 듯하였다.

부윤이 안렴사에게, '이 지역에는 옛 선인의 유적이 있고, 산꼭대기에는 차 달이던 아궁이가 있고, 또 여기에서 수십 리 거리에 한송정이

있고, 정자에 또 사선(四仙)의 비석이 있으며, 지금도 신선의 무리가 그 사이에 오가는데, 꽃피는 아침과 달 밝은 저녁에 간혹 본 사람도

있소. 그러나 다만 바라볼 수는 있어도 가까이 갈 수는 없는 것이오.' 하니, 박이 말하기를, '산천이 이와 같이 아름답고 풍경이 기이하나,

마침 정황이 없소.' 하면서 눈에 눈물이 가득하였다. 조금 뒤에 배가 순풍을 타고 눈깜박할 동안에 바로 앞으로 왔다. 노인이 배를 대는데

얼굴 모습이 기괴하고 배 안에는 홍기(紅妓)가 노래하며 춤추는데 가냘프게 너울거렸다. 박이 놀라서 말하기를, '필연코 신선 가운데

사람이다.' 하였다. 그러나 눈여겨보니 홍장이었다.

온 좌석이 손바닥을 치며 크게 웃고 한껏 즐긴 다음 놀이를 마쳤다. 그 후에 박이 시를 보냈는데, '소년 적에 절()을 잡고 관동을 안찰할

, 경포대 놀이하던 일 꿈속에도 그리워라. 대 밑에 다시 배 띄우고 놀 생각 있으나, 붉은 단장과 늙은이가 비웃을까 염려된다." 하였다.

 

홍장암 앞의 박신과 홍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