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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서울·경기·인천

[남양주]수종사 삼정헌 다실에서 그윽한 녹차향에 취하다.

by 柔淡 2011. 11. 23.

 

수종사 절집을 한바퀴 돌아보고 삼정헌 다실을 기웃거렸다. 너무 이른 아침이라 차를 마실수 있을지...

다행하게도 안에서 두런두런 말소리가 들린다. 수종사의 스님을 비롯한 보살님들이 마침 차를

마시며 담소를 나누고 계셨던 것이다.

조심스럽게 차를 마실수 있냐고 여쭤보니 기꺼이 들어오라고 하신다.

사실 수종사에 자주와도 차를 마실 기회를 얻는게 쉽지는 않다. 평일에는 낮 12시에서 오후 4시까지,

주말에는 오후 5시반까지만 개방하고 있으며 불공시간에는 차실을 개방하지 않기 때문이다.

나도 2005년에 삼정헌에서 차를 마셔보고 6년만에 다시 마셔보는 것이다.  

 

다른 절집과는 다르게 수종사에서 사람들에게 깊은 인상을 주는곳이 삼정헌(三鼎軒)이란 다실이다.

전망대 바로옆에 소박하게 지어진 건물인데 큰유리로 통창을 내어 안에서도 두물머리 일대가 잘 보인다.

삼정헌이 인상깊은 이유는 방문객들에게 무료로 좋은차를 제공하는데 차에 대해 잘모르는 나같은 문외한

도 그윽한 차맛을 느낄수 있다는것이다.

수종사의 물맛 때문인지 차가 좋아서 인지는 알수 없으나  무어라 표현할수 없는 깊은맛이다. 그런데 차를

마시면서 내려다 보는 두물머리 풍광이 차맛을 더해주는것 같다.

 

수종사의 차맛에 관한 역사는 수종사 인근 조안면 마현리에 살던 다산 정약용이 수종사의 물을 길어다

차를 끓여 마셨다는 것과 우리나라 차의 중흥조라고 일컷는 초의선사가 한양에 오면 일부러 수종사에

머물며 다산과 교류했다는 사실로 볼때 옛날부터 대단했던것 같다.

 

서울신문에 연재되었던 여연스님의 재미있는 차이야기에 나오는 내용을 발췌하였다.   

 

초의스님과 다산은 많은 교류를 했다.1812년 가을 초의선사와 정약용은 월출산 백운동에서 월출산 외경을

그렸다. 초의스님은 백운도(白雲圖)를 그렸고, 다산은 청산도(靑山圖)를 그렸다. 그리고 그 그림의 말미에

시를 지어 붙였다.1823년 대둔사지 편찬에도 함께 참여했다. 초의스님은 수룡스님과 함께 편집을 담당했고,

호의와 기어스님이 교정을 보았고, 완호와 아암스님이 감정했으며 정약용이 필사를 했다. 정약용이 해배가

되어 고향으로 돌아간 후에도 교류는 지속되었다. 초의스님은 한양을 방문할 때면 늘 지금의 경기도 남양주에

있는 수종사에 머물렀다. 수종사 인근 마현마을에는 그의 평생 스승 정약용과 정학연이 살고 있었다.

스승과 제자관계 떠나 수행자로
다산과 그의 아들은 수종사의 샘물로 늘 차를 달여마셨다. 한양에 온 초의스님은 수종사에 머물며 다산과

교류했던 것이다. 이렇듯 다산은 평생 초의스님의 스승 노릇을 하며 그의 안목을 더욱 깊고 넓게 해주었다.

다산 정약용은 차인으로 차를 직접 제다했을 뿐만 아니라 주민들에게 제다법을 가르쳐주기도 했다.

18년간의 유배생활을 마치고 강진을 떠날 때 제자들에게 차를 만들어 마시며 신의를 지켜나가도록 ‘다신계’

(茶信契)를 만들었을 정도였다. 초의스님과 다산은 스승과 제자로서 유학을 배운 것만이 아니었다.

사상적으로 유·불·선에 대한 폭넓은 교류를 했을 뿐만 아니라 우리차에 대한 제배 및 제다 그리고 행다 등

다양한 논의도 함께 했을 것으로 보여진다. 자신을 스승으로 모신 초의스님에 대해 다산은 스승과 제자관계

를 떠나 한 사람의 존귀한 수행자로 평생 존경을 아끼지 않았다.

 삼정헌 다실 안으로 들어가면 다기가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다.

오른쪽 건물이 삼정헌이다.

 

 

 초보자도 안내문을 보면 차를 우려 마실수 있는데 차실을 관리하시는 보살님게 여쭤보면 아주 친절하게 알려주시니 걱정은 하지 마시고

 

 

 

 

 다탁이 예닐곱개 있는데 탁자마다 꽃도 예쁘게 꽃혀 있다. 

 

 

 

 

  그리고 삼정헌 내부 

 

 

 

 삼정헌 통유리를 통해서 내려다 보는 두물머리. 이 경치때문에 차맛이 더 좋게 느껴진다.

 

 

 

 작년에는 안보였는데 삽살개 두마리가 수종사의 새로운 귀염둥이가 된것 같다.

 

 

차값은 받지않지만 차를 마시고 나오면서 오른족에 있는 통에 차문화 발전기금을 조금이라도 내고오는 센스가 필요한것 같다.